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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이상퇴직자

60대 퇴직자 온라인 쇼핑 적응기

한때 아침이면 동네 시장을 돌며 채소값을 비교하고, 점심 무렵이면 옷 가게 사장과 흥정을 나누던 60대의 일상이,

이젠 스마트폰 화면 위로 옮겨졌다.

퇴직 후 시간이 생긴 만큼, 자녀나 손주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고 싶은 욕구도 커졌다.

그러나 그 욕구를 현실로 만드는 과정은 절대 쉽지 않다.

화면 속 쇼핑몰은 한글로 되어 있어도 외국어처럼 낯설다.

장바구니 담기  쿠폰 다운로드  페이 결제  등 익숙하지 않은 표현들에 당황하고,

실수로 결제라도 되면 큰일 날 것 같은 불안감도 있다.

이 글은 실제 60대 퇴직자의 관점에서 온라인 쇼핑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담은 기록이며,

기존에 잘 다루어지지 않았던 디지털 격차의 또 다른 측면을 조명한다.

온라인 쇼핑

 쇼핑몰 첫 방문, 계정 만들기부터 난관

퇴직자 김 씨는 생애 첫 온라인 쇼핑을 시도하기 위해 유명 쇼핑몰 앱을 다운로드했다.

그러나 시작부터 복잡한 회원가입 단계에 가로막혔다.

이메일 주소  비밀번호  인증 번호 입력까지 이어지는 단계는 단순한 가입 절차가 아니라 하나의 시험처럼 느껴졌다.

특히 @ 특수문자 포함 같은 지시어는 이전 세대가 거의 접하지 않았던 방식이기에 더 낯설다.

가입을 마친 후에도 광고성 푸시 알림과 다양한 마케팅 문구가 쏟아졌다.

타임세일  플래시일  라이브 커머스 라는 용어는 전혀 해석되지 않았고  상품을 고르기도 전에 심리적으로 위축되게 시작했다.

실제 많은 퇴직자는 첫 쇼핑 시도에서 이처럼  언어적 피로 와  심리적 저항감을 동시에 겪는다.

정보는 넘치지만, 정보 해석 능력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이는 곧  쇼핑의 장벽 이 된다.

 

 제품 선택보다 어려운 결제의 문턱

필요한 물건을 고르고  구매하기 를 눌렀을 때  퇴직자 김 씨는 다시 한번 벽을 마주했다.

신용카드  간편결제  무통장입금  휴대전화 결제 등 다양한 결제 수단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특히  간편결제 등록 이라는 문구를 클릭하자 갑자기 생년월일  카드 인증  은행 앱 연동 등 복잡한 절차가 이어졌다.

이런 결제 과정은 디지털 친화적인 세대에게는 몇 번의 클릭으로 끝날 일이지만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퇴직자에게는 스트레스의 연속이다. 카드 번호를 입력할 때 실수할지 걱정하고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순간엔 해킹에 대한 공포도 함께 온다.

결국 많은 퇴직자가 결제에서 포기하거나  가족에게 부탁하게 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경제적 자립을 희망하는 중장년층에게,

온라인 결제는 단순한 기능이 아니라 자존감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된다.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며 쌓아가는 쇼핑 경험

퇴직자 김 씨는 처음엔 저렴한 물건 하나를 사는 데도 하루가 걸렸다.

쿠폰을 받았지만 적용하지 못했고  카드 결제가 안 되자 결국 무통장입금을 선택했다.

입금 후에도 배송이 되지 않아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는데, 자동응답 시스템의  번호 선택  안내조차 따라가기 힘들었다.

그러나 반복된 시행착오 속에서도 김 씨는 조금씩 적응해 나갔다.

자신만의  쇼핑 노트를 만들어 어떤 상황에서 어떤 버튼을 눌러야 하는지 정리했고,

자주 이용하는 쇼핑몰 두세 개만 집중적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특히  정기배송이나  즐겨찾기  기능을 알게 된 후에는 편리함을 느끼게 시작했고,

자신이 직접 구매한 물건이 택배로 도착했을 때의 성취감은 오프라인 쇼핑에서 느끼지 못한 새로운 감정이었다.

온라인 쇼핑은 단순한 구매 행위가 아니라, 퇴직자가 디지털 사회의 일원으로 한 걸음 다가서는 경험이 되는 것이다.

 퇴직자를 위한 온라인 쇼핑 환경 개선 제안

60대 이상의 퇴직자는 온라인 쇼핑에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기술 그 자체보다 환경 설계의 재구성이 필요하다. 첫째  쇼핑몰 내에  시니어 모드 를 도입할 수 있다.

이 상태에게서는 복잡한 배너를 제거하고  상품 설명도 더 큰 글씨와 쉬운 문장으로 제공하는 등 사용자 친화적 구성이 가능하다.

둘째  결제 단계 간소화 가 핵심이다.

예를 들어  카드 등록 없이도 본인 인증 후 결제할 수 있는 단순화된 수단이 마련된다면,

퇴직자의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셋째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연결한  하이브리드 쇼핑 가이드 프로그램  운영도 필요하다.

지역 커뮤니티 센터에서 시니어 쇼핑 교육을 제공하고  실제로 실습까지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도입된다면,

온라인 쇼핑은 더 이상 막연한 기술이 아니라 실생활의 연장선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단순히 고령층을 위한 배려가 아니라,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는 사회 구조 속에서 모든 세대가 함께 공존하기 위한 필수적인 설계이기도 하다.

디지털은 나이의 벽을 허무는 도구가 될 수 있으며, 그 첫 시작이 바로  온라인 쇼핑의 문턱 낮추기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