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60대의 인터넷 뱅킹 적응기

60대가 되면서 퇴직을 맞이한 많은 이들은 새로운 삶의 전환점에 선다.

더 이상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일상은 여유롭지만, 그 안에는 시대가 바뀌면서 따라오기 힘든 변화들도 숨어 있다.

필자 역시 35년 가까이 직장 생활을 마무리한 후, 시간이 많아졌다는 사실에 처음엔 자유를 느꼈다.

그러나 곧 공과금 납부, 연금 확인, 계좌 이체 등 당연하게 하던 일들이 갑자기 낯설어졌다.

은행 창구 대신 스마트폰 화면 속 앱을 통해 모든 금융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이 글에서는 필자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60대가 겪은 인터넷 뱅킹 적응기를 소개하고,

동년배들이 느끼는 어려움과 극복 방법에 대해 상세히 이야기하려 한다.

이 글이 같은 고민을 하는 분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퇴직과 동시에 마주한 금융 불편

퇴직 후 첫 달, 필자는 국민연금 수령 계좌를 변경해야 했다.

예전에는 회사 내 복지팀에서 대부분 처리해 주었지만, 이제는 모든 절차를 스스로 해야 했다.

은행에 직접 가보니, 창구 직원은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뱅킹을 이용하면 더 빠르고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화면은 글씨가 작고 기능도 복잡해 보였다. 처음에는 단순한 계좌 조회조차 어려웠다.

공인인증서, 보안카드, 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 등 생소한 용어들이 필자의 의욕을 꺾었다.

무엇보다 ‘실수로 돈을 잘못 보낼까 봐’ 두려웠다. 이러한 두려움은 많은 60대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편리함보다는 ‘실수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선다.

실제로 필자의 주변에서도 인터넷뱅킹을 포기한 친구들이 적지 않다.

 첫 번째 도전, 작은 성공의 경험

인터넷뱅킹을 처음 시작할 때, 필자는 아들의 도움을 받았다.

아들은 필자의 스마트폰에 해당 은행의 앱을 설치해 주고, 로그인부터 메뉴 설명까지 하나하나 알려주었다.

처음에는 손이 떨려 화면을 잘못 누르기도 하고, 비밀번호를 자꾸 잊어버리기도 했다.

하지만 필자는 매일 10분씩 인터넷뱅킹 앱을 연습하기로 결심했다.

처음 성공적으로 1,000원을 이체했을 때, 필자는 마치 시험에 합격한 것처럼 기뻤다. 이 작은 성공이 반복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인터넷뱅킹을 사용할 수 있다는 확신은 필자에게 ‘나는 아직 배울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었다.

이후 공과금 납부, 자동이체 등록, 카드 결제 명세 확인까지 스스로 하게 되었다.

사람은 나이에 상관없이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을 체감한 순간이었다.

 디지털 금융에 대한 새로운 인식

인터넷뱅킹에 익숙해진 지금, 필자는 오히려 예전보다 금융 관리가 편리해졌다고 느낀다.

매달 고지서를 기다릴 필요 없이 앱에서 요금 청구서를 확인할 수 있고, 이체 명세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손주에게 용돈을 줄 때는 앱을 통해 바로 보내주고, 문자 메시지로 확인하는 재미도 있다.

필자는 주기적으로 보안 설정을 점검하고, 피싱 메시지나 이상 거래에 대한 경각심도 가지려 노력하고 있다.

주변 친구들에게도 필자의 경험을 공유하며, 스마트폰 활용법을 알려주는 자그마한 모임도 시작했다.

퇴직 후 외로움과 무료함을 느끼던 삶에 ‘작은 변화’가 찾아온 것이다.

금융은 단순한 돈의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세상과 연결되는 통로라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적응은 늦지 않았다

60대의 눈으로 바라보는 디지털 세상은 여전히 빠르고 낯설다.

그러나 필자는 퇴직 이후 인터넷뱅킹을 배우며, 시대에 적응하는 힘을 스스로 발견했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시도’이고, 그 시도가 쌓이면 ‘익숙함’이 된다.

나이에 상관없이 우리는 언제든 새로움을 받아들일 수 있다.

인터넷뱅킹은 단지 금융 서비스가 아니라, 세대 간 소통의 다리가 되어주었다.

필자는 앞으로도 계속 배우고자 한다.

이 글을 읽는 60대 독자들, 혹은 중장년층의 가족을 둔 이들이 있다면,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디지털은 젊은 세대만의 것이 아니다. 이제는 우리 모두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