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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이상퇴직자

디지털 문맹에서 벗어나는 퇴직자 이야기

60대가 되면서 은퇴 후 삶을 맞이하게 된 퇴직자에게 가장 큰 변화는 시간의 여유다.

그러나 시간이 많아졌다는 것이 곧 자유를 의미하지는 않았다.

퇴직 후 필자는 세상이 생각보다 빠르게 바뀌었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되었다.

은행 업무, 관공서 민원, 병원 예약, 택시 호출, 심지어 주민등록등본 발급까지도 이제는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진다.

젊은 세대에게는 일상처럼 느껴지는 이러한 서비스들이 필자에게는 낯설고 두려운 장벽으로 다가왔다.

어느 날 손녀가 말한 "할아버지, 카카오톡으로 보내줘"라는 말이 들리지도, 이해되지도 않았다.

이 글은 필자가 퇴직 후 디지털 문맹 상태에서 벗어나기까지의 여정을 기록한 체험기이다.

아직도 스마트폰이 어렵고, 인터넷이 두려운 분들에게 이 글이 작은 용기와 희망이 되기를 바란다.

문맹 벗어나기

 퇴직 후 첫 번째 좌절 – 화면 앞의 막막함

퇴직 직후, 필자는 직접 은행을 찾아 통장을 정리하려고 했다.

그러나 창구 직원은 인터넷으로 처리하는 것이 더 빠르다며 모바일 앱 사용을 권유했다.

필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왔지만, 스마트폰을 켜는 것조차 망설여졌다.

수많은 아이콘 중 어떤 것이 은행 앱인지도 몰랐다. 글씨는 작고, 용어는 생소했다.

'비밀번호 6자리', '공동인증서', '앱 접근 권한 허용'이라는 말은 필자에게 외국어처럼 느껴졌다.

단순히 사용법을 모른다기보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고 그 자체가 공포로 다가왔다.

마치 칠판 앞에 선 학생처럼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스마트폰 화면만 바라보던 시간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필자는 그때 자신이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문맹'이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작지만 중요한 첫걸음 – 가족의 손을 잡다

변화의 시작은 우연히 찾아왔다.

딸이 필자에게 스마트폰 사용법을 알려주겠다고 나섰고, 주말마다 짧은 '디지털 수업'이 진행되었다.

처음에는 자존심이 상했다. 나보다 한참 어린 사람이 나에게 새로운 기술을 가르친다는 것 자체가 불편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딸은 차근차근 화면 하나하나를 설명하며, '왜 이것이 필요한지'에 초점을 맞춰 설명해 주었다.

예를 들어, 건강보험공단 앱을 통해 병원 예약을 하면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것,

인터넷 쇼핑으로 더 저렴하게 필요한 생필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이해하게 되면서 필자는 점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날 이후 필자는 매일 아침 30분씩 스마트폰을 켜고, 뉴스 앱과 유튜브를 구경하는 습관을 들였다. 작지만 분명한 변화였다.

 디지털 속에서 다시 찾은 자존감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해지면서 필자는 점점 더 많은 것들을 시도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인터넷 검색에서 시작했지만, 점차 은행 앱을 통해 연금 수령 확인도 스스로 하게 되었다.

병원 진료 예약, 지하철 시간 확인, 심지어 택시 앱을 통해 이동까지 가능해졌다.

스마트폰이 단순한 전자기기가 아닌 세상과 연결되는 창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필자는 과거에 타자도 제대로 못 치던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키오스크에서 스스로 커피를 주문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주변 친구들에게 필자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디지털을 두려워하지 말 것을 권유하고 있다.

‘문맹’이라는 말은 단순히 글을 모른다는 뜻이 아니다.

시대의 흐름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자세에서 비롯되는 결과라는 것을 깨달았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진리

퇴직 후 필자가 다시 깨닫게 된 가장 중요한 진리는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는 사실이다.

디지털 기기를 처음 접하는 퇴직자에게는 분명 낯설고 어렵다.

그러나 두려워하지 않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 한 걸음씩 나아간다면, 누구든 디지털 세상의 일원이 될 수 있다.

필자는 이제 스마트폰으로 은행 업무를 처리하고, 유튜브로 건강 정보를 찾고, 전자도서관 앱으로 책을 읽는다.

이런 변화는 단순한 기능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질을 바꾸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아직도 디지털 문맹 상태에 머물러 있다면, 오늘 작은 용기를 내어 스마트폰을 켜보길 권한다.

이제는 늦지 않았다. 지금이 가장 빠른 시작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