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부모 세대가 은퇴 후 여유로운 삶을 기대하지만, 현실은 예상치 못한 디지털 격차로 인해 좌절을 겪는 경우가 많다.
온라인 기반의 행정 처리, 병원 예약, 금융 업무 등 일상의 많은 부분이 디지털화되면서 퇴직자들이 겪는 불편은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자녀와 손주 세대는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일을 처리하는 반면, 부모님 세대는 문자 한 통 보내는 것도 어려워한다.
이에 따라 소통의 단절은 물론, 필요한 정보조차 얻지 못하는 ‘정보 고립’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하지만 부모님 세대의 문제는 단순한 개인 역량의 부족으로 치부할 수 없다.
이는 우리 사회가 기술의 발전 속도에 맞는 포용 정책을 제때 마련하지 못한 구조적 문제다.
이제는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한 실질적인 해답이 필요한 시점이다.
은퇴 후 부모 세대가 직면하는 정보 격차의 실상
퇴직 후 부모님들이 겪는 정보 격차는 단순한 기술 미숙의 문제가 아니다.
스마트폰은 있지만 사용하지 못하고,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지만 어떤 정보를 찾아야 할지조차 모른다.
공공기관의 온라인 민원 처리, 모바일 뱅킹, 디지털 알림 서비스 등은 이미 기본이 되었지만,
이 모든 기능은 은퇴자들에게는 낯설고 복잡하게 느껴진다.
특히 고령층은 실수에 대한 두려움과 사생활 노출에 대한 불신이 강해, 스스로 사용을 꺼리게 된다.
이에 따라 연금 수령, 의료 정보 확인, 정부 혜택 신청 등 중요한 삶의 서비스에서 배제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더불어 소셜미디어와 메신저를 통한 가족 간 소통에서도 불리함을 겪으며 점차 외로움과 소외감에 시달리게 된다.
정보 격차가 가족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
정보 격차는 단순히 개인의 불편함으로 끝나지 않는다.
부모 세대가 디지털 환경에서 고립되면 자녀 세대와의 소통이 단절되기 쉽다.
예를 들어, 손주의 사진을 공유하는 것도, 가족 모임 일정을 전달하는 것도 모바일 메신저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시대다.
하지만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부모님은 이런 흐름에서 자연스럽게 소외된다.
또한, 디지털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면서 정치, 경제, 건강,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정보를 놓치게 된다.
그 결과, 잘못된 정보에 노출되거나, 사기성 메시지에 속는 사례도 늘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이런 디지털 고립이 고령층의 고독사 문제, 정신건강 저하, 그리고 세대 간 불평등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정보 격차는 개인의 삶만 아니라 가족 공동체와 사회 전체의 건강한 구조에 위협이 된다.
현재 부모님을 위한 디지털 교육의 한계
정부와 지자체는 고령층을 위한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다.
주민센터, 도서관, 복지관 등에서는 스마트폰 기본 사용법부터 공공 앱 사용 교육까지 진행된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실제 효과는 제한적이다.
첫째, 교육 횟수가 적고 일회성에 그쳐 반복 학습이 어려워 실생활에 적용하기 어렵다.
둘째, 교육 내용이 실제 생활에 필요한 기능과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앱 설치나 카메라 사용법보다, 공공기관 민원 처리, 모바일 청첩장 확인, 전자처방전 보기 등의 구체적인 실습이 필요하다.
셋째, 교육 장소가 접근성이 떨어져 참여율이 낮고, 신청 방법 자체가 디지털 기반이라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존재한다.
결국 지금의 교육 방식은 부모님 세대의 실질적인 어려움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으며,
보다 근본적이고 접근성 높은 방법이 요구된다.
실질적인 해답은 '가족 중심 디지털 전이 교육'
부모님 세대의 정보 격차를 해소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가족 중심의 디지털 전이 교육'이다.
이는 전문 강사나 기관 중심이 아닌, 가족 구성원이 직접 부모님에게 필요한 기술을 반복적으로 가르치는 방식이다.
다음과 같은 접근이 필요하다.
1) 목적 기반 교육 구성: ‘사진 보내는 법’이 아니라 ‘손주 사진 보는 법’, ‘카카오톡 사용법’이 아니라 ‘가족 단톡방 읽고 답장하는 법’처럼 목적 중심으로 교육 내용을 구성해야 한다.
2) 1:1 반복 학습: 부모님이 실수해도 괜찮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자녀가 반복해서 천천히 설명하는 구조가 중요하다.
짧고 자주,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학습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3) 디지털 실수에 대한 면역력 키우기: 실수나 오류가 생겨도 큰일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터치 잘못해서 큰일 날까 봐’라는 불안감을 줄이면 스스로 사용하는 비율이 높아진다.
4) 가족 공동체 참여: 자녀뿐만 아니라 손주들도 함께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고,
간단한 기능을 부모님이 사용하도록 도와주는 환경을 조성하면 심리적 저항감이 줄어든다.
기술 포용을 넘어 정서적 연결로
디지털 기기 사용법을 익히는 것만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궁극적인 목표는 부모님이 다시 세상과 연결되는 경험을 하도록 돕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통한 가족과의 소통, 온라인으로 자녀 사진 보기, 병원 예약을 스스로 해보는 경험은 단순한 기술 활용이 아니라
자존감 회복의 계기가 된다.
또한, 이러한 연결은 노년기의 정서적 안정과 삶의 만족도 향상으로 이어진다.
디지털 포용은 결국 사람 간의 관계 회복이자, 부모님이 삶의 주체로 다시 서는 과정이다.
우리는 더 이상 부모 세대가 기술의 벽에 가로막혀 외로움 속에 방치되도록 놔둘 수 없다.
자녀 세대의 작은 관심과 실천이 부모님의 삶에 큰 전환점을 만들 수 있다.
'60대이상퇴직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디지털 전환 시대, 60대의 준비는 충분한가 (0) | 2025.07.05 |
---|---|
디지털 문맹 퇴직자, 대응책은? (0) | 2025.07.05 |
디지털 시대에 뒤처진 퇴직자들, 어떻게 도울까 (0) | 2025.07.04 |
퇴직 후 키오스크 앞에서 멈춘 60대 (0) | 2025.07.03 |
디지털 문맹에서 벗어나는 퇴직자 이야기 (0) | 2025.07.03 |